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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경영칼럼

제목	혁신은 인간에 대한 애정으로부터 출발한다
작성	황준욱 박사(한국노동연구원)
지난 20세기말부터 이번 21세기까지 두 세기에 걸쳐 널리 회자되는 말들이 있다. 정보화가 그렇고 세계화가 또한 그렇다. 이들과 비등한 강도로 사람들 입에 자주 오르내리는 말이 있으니 바로 ‘혁신’(革新)이라는 단어다. 민간 기업은 물론이고 소위 과거 철밥통, 복지부동이라고 비난 받아왔던 공공부문도 혁신의 흐름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다. 혁신이라는 말의 한자 뜻을 그대로 풀이해보면 ‘가죽(革)을 새롭게 한다(新)’라는 의미이다. 이는 사람으로 치면 피부 혹은 살을 새로운 것으로 변화시킨다는 의미로 보인다. 살을 변화시킨다! 살을 도려내는 아픔이라는 말을 떠올린다면 혁신이라는 것을 수행하는데 얼마나 커다란 고통이 따르는지를 가늠할 수 있다. 그런데 사람들은 왜 혁신을 하는 것일까? 살을 도려내는 아픔을 감내하면서 말이다. 이는 그 고통을 감수해야 할 정도로 혁신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살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일 것이다. 이는 곧 거의 사망 단계에 이른 환자에 대해 이를 살리기 위해 이루어지는 극단적인 치료를 의미한다. 곧 혁신은 인간의 삶을 구제하기 위한 일이며 따라서 인간에게 삶을 부여한다는 인간에 대한 깊은 애정으로부터 출발한다. 혁신의 중심에는 인간에 대한 따듯한 애정이 존재하며 조직의 혁신수행과정 또한 조직의 구성원들인 인간을 아끼고 배려하는 마음이 우선되어야 한다. 「주식회사 장성군」이라는 책(양병무, 21세기북스 간)은 전라남도 장성군의 혁신사례를 잘 그리고 있다. 이 책에 소개된 여러 가지 사례 중 필자가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은 ‘사람이 세상을 바꾸고, 교육이 사람을 바꾼다’라는 말이다. 이 말에는 혁신의 중심에 우뚝 서 있는 인간이 나타나 있다. 장성군 사례에는 혁신이라는 시대적 광풍에 휘둘리는 인간이 아니라 혁신의 중심에서 자발적으로 세상을 바꾸어 나가는 ‘인간’이 존재하고 있다. 지방 군에서 전국의 내노라 하는 유명인사를 초청해 군청 공무원과 군민들을 위해 10여년간 거의 빠짐없이 1주일에 한 번씩 강연을 열고 있으며, 공무원들의 해외배낭 여행을 적극적으로 지원하여 군의 거의 모든 공무원들이 10일이 넘는 해외 연수를 다녀오는 일들은 지방 일개 군 조직에서 조직 구성원에 대한 애정 없이는 쉽게 실현되기 힘든 일이다. 이러한 인간에 대한 애정을 기반으로 한 혁신이 장성군을 다른 공공기관과는 뚜렷이 차별되는 기관으로 만든 것이다. 혁신은 과정이며 현실이고 인간은 그 과정을 만들어가는 중요한 주체이다. 혁신이 가져다 주는 이상적인 결과만을 생각하여 그 상태에 인간을 맞추려는 얼치기 혁신은 ‘인간의 삶을 구제한다’라는 혁신의 본 목적을 망각하고 결국 인간을 망치게 한다. 그런데 요사이 진행되는 많은 혁신들이 이렇게 진행되는 것 같아 매우 걱정이 된다. 남이 하니까, 다른 기관이 하니까, 위에서 시키니까... 이렇게 시작된 혁신은 결국 나를 망치고 우리를 망치게 할 수 있다. 인간을 구제하는 혁신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루어지는 것일까? 답은 외부에 있지 않다. 우리 안에 있다. 조직혁신에 있어서는 조직의 존재 목표를 조직 구성원들이 공유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 구성원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들을 찾아내고 이를 얻어내려고 같이 노력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다른 사람 혹은 다른 조직에는 독인 것이 나에게 혹은 우리 조직에게는 약이 될 수 있고, 반대로 아무리 많은 사람들이 칭송하는 금과옥조도 나 혹은 우리 조직에는 더 없는 독이 될 수 있다. 우리가 장성군 혁신사례에서 배울 점은 ‘10년간 외부 유명 강사를 초청해 강의를 해 왔다’, ‘모든 공무원들을 해외 배낭 연수를 시켜준다’가 아니라 지방 군에서 일하고 있는 공무원들에게 가장 절실한 것이 무엇인가라는 것에 대한 고민과 이를 실천에 옮길 수 있는 조직의 분위기와 역량에서 묻어나는 인간에 대한 훈훈한 애정일 것이다.